• 최종편집 2024-04-23(수)

불산 누출 일주일… 나무 수백그루 말라비틀어져

지역주민563명 두통·피부발진 호소, 가축 1000여마리도 이상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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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10.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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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내 ㈜휴브글로벌 앞 야산에는  수백그루의 나무가 말라비틀어져 흉물로 변하였다.

지난달 27일 불산(불화수소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나 직원 등 5명이 숨졌으며. 불산은 녹물 제거 등 세정용으로 사용되는 물질로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산 누출 사고는 숲까지 황폐화시켰다. 구미시직원이 둘러본 야산에는 상수리나무와 잣나무 수백 그루가 자라고 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이곳 풍경은 황량하게 변했다. "아직도 푸르러야 할 나뭇잎이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단풍 든 것처럼 누렇게 변해 버렸습니다. 나무가 죽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말라죽은 멜론

3일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멜론 비닐하우스의 모습. 불산 가스 누출 이후 작물이 말라 죽었다. 

야산과 이웃한 논과 과수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미시청관계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논에 자라고 있는 벼는 아직 푸른 색이 남아 있는데 이곳 벼들은 누렇게 말랐다"며 "과수원의 포도밭에서도 포도알만 겉으로만 멀쩡할 뿐 나뭇잎은 말라 비틀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불산의 피해는 인근 마을인 봉산리와 임천리로 계속 번져나가고 있다. 구미시가 이곳 주민을 포함해 방제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경찰 등 563명을 지난달 28일부터 순천향병원 등 3곳에서 차례로 검진받도록 한 결과 대부분이 두통과 가래,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특히 사고 현장에 장시간 있었던 소방관 일부는 온몸 발진과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 이구백 구미소방서장도 온몸에 발진이 나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모(60)씨 부부 등 봉산리 마을 50∼60대 주민 3명은 구토 증상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발생 당일 오후 6시 40분쯤 산동면 봉산리 주민 서모(70)씨가 대피하려고 인근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다 승용차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다음 날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과수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 신고도 속속 접수되고 있다. 봉산리와 임천리 일대의 논과 밭 91.2㏊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180여 농가는 벼를 비롯해 포도·멜론·대추 등 농작물이 시들었다고 신고했다. 소 812마리와 개 500마리, 말 한 마리가 콧물을 흘리거나 기침을 하는 등 이상증세가 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주민들은 이번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해 행정 당국의 철저한 역학조사와 주민 대피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봉산리 박명석(49) 이장은 "지금 당장은 금전적 피해 보상보다 산동면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주민 대피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방환경청이 불산 유출에 따른 인근 하천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사고 지점에서 7㎞ 떨어진 낙동강과 인근 하천 세 곳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불소(F) 농도가 모두 수돗물 수질 기준(1.5㎎/L) 이하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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