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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막에서 숲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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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09.2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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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길본 북부지방산림청장

사막하면 어린왕자가 생각난다. 모래언덕 어딘가에 불시착한 비행사와의 만남, 사막 여우 길들이기는 사막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6월 17일 사막화 방지의 날에는 어린왕자의 낭만에서 벗어나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래밖에 없는 사막의 현실을 생각해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매년 봄, 몽골과 중국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 바람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에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다. 황사로 인한 여러 가지 피해가 계속됨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사막화가 세계적인 문제로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92년 브라질에서 개최된 리우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적 차원에서 사막화 대책을 논의한 것을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조직된 국제교섭위원회에서 5차례에 걸쳐 협상을 하였고, 그 결과 1994년 6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사막화방지협약’이 채택되었다. 이는 심각한 한발 또는 사막화를 겪는 아프리카지역 국가 등 일부 국가들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연합협약으로 이것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여 유엔에서 매년 6월 17일을 사막화 방지의 날로 정하였다.

사막화의 원인은 자연적인 이유도 있지만, 산림의 벌채나 빗물의 산성화로 인해 토양이 산성화 되면서 식물이 살지 못해 사막화 되는 인위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더불어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도 사막화를 가속화 시키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원인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지구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나 공공기관들의 사막화 방지 사업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무를 아끼고, 스프레이 사용 자제 등을 통해 CO2 감소를 위해 노력한다면 그 작은 실천들이 모여 지구 사막화 방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 사막, 바단지린 사막과 함께 중국의 4대 사막의 하나인 마오우슈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은 사막화 방지를 위해 애쓴 전설적인 인물이다. 인위쩐(殷玉珍)은 황사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네이멍구 마오우슈 사막에 1985년 시집을 온 후 몇 날 며칠을 울면서 원망했다.

그러나 사막을 벗어날 수 없다면 살 만한 곳으로 만들자며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사막에 농사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먼저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농사로 큰 돈을 벌면 미련 없이 사막을 떠나 도시에서 살겠다던 그녀는 20년 넘게 지금까지도 나무를 심고 있다. 그녀의 두 손으로 100만 그루 이상을 심고 80만 그루의 나무를 살려 숲을 만들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인위쩐은 지금의 숲에 만족하고 나무를 더는 심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푸르고 더 아름다운 낙원의 주인이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숲에 만족하고 더 이상 숲을 만들지 않아 황무지로 변한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계 4대문명 발상지라고 하는 나일강, 황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강 유역의 찬란했던 문화가 지금은 모두 황량한 모래 속에 묻혀있다. 오천년 전 나일강 상류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갈대 대신 남쪽의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축조하면서 수백만 개의 거대한 돌을 운반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목재를 소모하고, 로마와 전쟁을 하면서 전함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벌채를 하였다. 그 결과 나일강은 강물이 점점 적어지고 소금기가 강해지면서 지금의 황무지로 변하게 되었다.

20세기 세계 황폐지복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국가로 자부하는 우리나라 국토의 64%인 산림도 이제 30년생 내외의 숲으로 한창 왕성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30년 전의 황량했던 도시주변의 산들을 지금까지 잘 가꿔왔듯이 지속적으로 보전하고 가꾸지 않으면 언제 또다시 북한의 불모지와 같은 들녘으로 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푸른 한반도를 지속적으로 가꾸기 위하여 숲 가꾸기와 함께 한계농지 조림, 도시 숲 확충 등의 노력이 꾸준히 요구되고 있다.

또한 국내의 성공적 녹화기술을 해외에 기여하기 위하여 중국 서북부 지역 사막화방지사업, 내몽골 그린벨트 사업, 인니 등 동남아지역 생태계 복구사업 등의 해외 협력사업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사막화 방지의 날을 맞아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어 아름다운 사막에서 숲을 보고, 또한 현재의 숲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심고 가꾸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구길본 북부지방산림청장 기자 desk@forestnews.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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