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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집 (벚꽃의 꿈, 개나리꽃 처녀,진달래 꽃불,백목련 피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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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4.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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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꿈

槿岩/유응교

가야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가.

일시에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두 손 털고 일어서는 삶이 좋아라.

끈적이며 모질도록 애착을 갖고
지저분한 추억들을 남기려는가.

하늘아래 봄볕 속에 꿈을 남기고
바람 따라 떠나가는 삶이 좋아라



개나리꽃 처녀

槿岩/유응교

조선 천지 척박한 땅위에
차고 매서운 북풍한설 다 이기고
봄을 맞이하는 영춘화!
서역 만리 시집가서
포시티아 코레아나!
(Forsythia Koreana )
이름 얻었네.

어느새 친정에 와서
푸른 치마 노랑 저고리에
허리잡고 눈부시게 웃어대는
저 색시 좀 보게

이른 아침 아이들
종종거리며 가는 소풍 길
울타리에 촘촘히 서서
깔깔대며 웃고 서있네.

긴긴 머리 풀어 헤치고
갯가에 줄지어 서서
노오란 손사래를 치며

봄이 온다고 봄이 왔다고
시인들이 그토록 외쳐도
소식 없더니
저 처녀
어느새 봄을 데리고 오네.

영춘 아씨 바람이 들어
황금 종(Golden Bell) 손에 들고
흔들어 대니
노란 봄볕이 먼저 알고
어미 찾는 병아리처럼
쫑긋거리며 모여 드네. 
 

진달래 꽃불

槿岩/유응교

너는
하나의
작은 꽃불

 
청솔가지위에
서럽게
누워 있는
너는
하나의 작은 꽃불

사랑하는 이의
흘리는 눈물에
한없이 젖어 꺼지고 싶은
작은 꽃불

사랑하는 이의
고독한 가슴에
처연하게 타오르고픈
하나의 작은 꽃불

사랑하는 이의
외로운 창가에
밤을 새워
불 밝히고 싶은
하나의 작은 꽃불

시새워 부는 꽃바람 속에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꽃
심지 돋우어 켠 이는
누구일까

백목련 피는 길

槿岩/유응교

저리도 급한 마음
또 어디 있으리오.
푸른 잎 선 뵈기 전
눈 시린 저 자태로
대문밖 오시는 임
불 밝혀 맞이하네.

눈보라 진눈깨비
꽃가지로 사라진 뒤
마음조려 웃는 모습
몇 갈래로 나뉘어도
슬프디 슬픈 사연
하나로 피어나네.

벙긋이 여는 가슴
꽃샘바람 시새워도
파르라니 떨리는 듯
수줍어 돌아서며
사뿐히 나래 접고
임 간곳 몰라 하네. 
  


 유채꽃 흔들릴 때

槿岩/유응교

바람 앞에
흔들리지 않는 게  어디 있으랴
갈대도
하염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그대의
옷자락도 바람 앞에 흔들리네.

그러나 그대여
우리의 사랑은
흔들려서는 안 되리.
길고 긴 겨울
어두운 고통의 터널을 나와
이제 따뜻한 봄을 맞이하였으니
그때 다짐하며 함께 잡은 손
언제나 놓지 말고  걸어가야 하리.

거세게 부는 바람 앞에
흔들리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그러나 그대여
그대는 결코 바람 앞에
중심을 잃고 흔들려서는 안 되리.
끝없이 유혹의 손짓을 보내는
노란 욕정의 파도위에서
그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되리.
우리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복사꽃 피는 산골

槿岩/유응교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고개
봄바람에 옷고름 휘날리며
수줍게 봄나들이 준비하는
연분홍 새색시 곱기도 해라

꽃가마 타고 시집가던 산촌 길
어머니 남겨두고 떠나오던 날
손수건 적시며 흘리던 눈물
지금도 꽃비 되어 내리고 있네.

봄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푸른 언덕
천년을 하루 같이 어깨 부비며
바람 따라 강물처럼 나누는 사랑
출렁이며 철석이며 눈이 부셔라



제비꽃의 행복

槿岩/유응교

양치는 소년을
사랑한게 화근이 되었어요.
아폴로의 시새움과 노여움으로
이렇게 되었습니다만 태양을 숭배하는
그리스의 국화가 된 것을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멀고 먼 남쪽나라에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를
오늘은 꼭 전해드리고 싶군요.
수줍은 마음에 그대 앞에서
제대로 고백하지도 못했습니다만
언제나 저를 생각하고 계시겠지요.

저 빛나는 태양이 저를 지켜보고
어두운 그림자를 물리치니
제겐 언제나 행복의 문이 열려요.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 위에서
사랑스런 양들과 함께 그대의 손을 잡고
청아한 일생을 보내고 싶군요.




영산홍 붉게 필 때

槿岩/유응교

그늘진
산자락을
붉게 비춰주고

어두운
당신의 마음을
환히 밝혀주고

찌들은
근심걱정을
말끔히 씻어주고

고달픈
세상사를
잠시 잊게 하고.

발 아래
아름다운 슬픔
딛고 서 있네.



라일락 향기

槿岩/유응교

진실로 사랑하는
그대를 만나기 전까지는
저의 순결을 지키겠다는
아름다운 맹세를
그대는
믿으셨는지요?

그러나 목숨을 바쳐
그 맹세를 지켰으니
이제는 그대가
오월의 푸른 밤에
그대의 아름다운 손을
내밀어 주셔야 합니다.

바람결에 실려 가는
저의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를 따라
그대여
천천히 제게로 다가와
사랑의 창문을 열어주오.

청춘의 더운 피가
아직도 이렇게 흐르는데
덧없는 세월 속에
눈물로 지새우지 말고
그대여
오늘밤 우리 뜨겁게 불태워요

槿岩 / 유응교 교수 기자 ryu6833@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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