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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책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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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5.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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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다

槿岩/유응교


사람들은
책을 본다고 얘기 할까

책을 읽는다고 하지 않고
책을 느낀다고 하지 않고
책을 쓴이와 대화를 하지 않고

책을 보지만 말고
책을 눈으로만 읽지 마오.
책을 가슴으로 읽어다오.
책을 영혼으로 읽어다오.

책을 본다고 한 사람도
거실 앞의 TV만 보느라고
책을 제대로 보지도 않는다.
너무 바빠서
책을 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읽지는 못하고 슬쩍 보더라도
제발 책 좀 봐 주오.

그대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위하여
그대의 마음을 향기롭게 하기위하여
그대의 영혼을 빛내기 위하여



문화재 안내판
 
근암/유응교


우리나라 문화·관광부 나으리들은
하나같이 목수였나 보다.
관광 문화재 있는 곳마다
우리 국민에게 그토록 건축지식만을
주입하려 하는 걸 보면

지붕은 맞배지붕 박공에  팔작이요
기둥은 싸리기둥 안쏠림에 배흘림인데
공포는 다포에 주심포로 되어 있고
배치는 ㄷ자에 행랑채는 일자로다
이 모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그 문화재에 얽히고설킨
기쁨과 슬픔은 어디로 가고
그 문화재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철학과 사상은 어디로 가고
그 문화재에 깃들어 있는
사랑과 이별은 어디로 가고
그 문화재에 오래 남아 있을
눈물과 웃음은 어디로 가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건축물을
페인트 칠 벗겨진 안내판 속에
세워 놓는 것입니까.

그 문화재 속에 살다 간 사람의 
가슴 따뜻한 얘기와
눈물과 웃음
그리고 깊은 정신은
모두 어디로 가고 없나요?



선생님 II

근암/유응교

솔밭 사이로 정갈하게
돋아난 한 그루 춘란이십니다.
 
눈보라 모진 바람에도
곧곧하게 서있는 대나무이십니다.
 
혼탁한 도시의 공원 모퉁이에
그윽히 피어난 6월의 장미이십니다.
 
거칠고 혼미한 먼 바닷길
홀로서서 밝히는 등대이십니다.
 
끝없이 일렁이는 험한 파도
조용히 받아주는 바다이십니다.

 

 광주여!

근암/유응교

 
광주여!
무등산의 나래 아래
말이 없는
광주여!
 
금남로에 뿌려진
진달래 꽃잎들이
터지는 화염속에
시들어버린
광주여!
 
충장로 네거리에
외쳐진 자유의
함성들이
서릿발 같은 군화에
얼어 붙어버린
광주여!
 
전라도의
사투리 속에
정의를 부르짖던 골목마다
불의를 추구하던
대전차포가
지나간
광주여!
 
민심이
천심이랑깨
지금도
귓전에 남아있는
전라도 사투리도
허공을 가로질러 간
돌멩이도
불꽃 화염병도
5월의 태양 아래
무등산의 나래 아래
지금은 말이 없는
광주여!

오!
광주여!



 

기 도 1

槿岩/유응교


어둠이 내리는 깊은 밤 힘든 일과를 마친 후
한 줄의 詩를 쓰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시고

이른 아침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 살아 있음을 기뻐하게 해 주소서

탐욕에 찌들은 혼탁한 눈빛을 거두고
맑고 투명한 비움의 시선을 갖게 하여 주시고

남을 비방 하거나 미워하는 말보다도
언제나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입을 갖게 해 주소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손으로
틈틈이 수채화를 그릴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쾌락을 찾아 신을 외면하는 추한 삶을 버리고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는 발걸음이 되게 하소서

루이 암스트롱의 재즈나 야니의 연주를 들으며
때때로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에 귀 열게 하시며

돌 틈에 어렵게 핀 한 송이 꽃을 사랑케 하여 주시고
겨울의 찬 눈과 여름밤의 별빛을 사랑케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지금 이 시간까지 후회 없는 생으로
살아 왔노라고 자부 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아멘-



찔레꽃 내 고향

槿岩/유응교

멀고 먼 나라로
고향을 떠나
살아 보신 적이 있나요?

가난하게 살아도 고향이 좋고
지위가 낮아도 내 부모가 좋고
남루한 옷을 입어도 내 형제가 좋아요.
고향을 떠나 살아본 사람만이
제 심정을 아실 거 에요.

그러나
그리운 고향에 찾아 왔건만
부모 형제 이미 떠나시고
형제는 찾아 볼 수도 없이
고향집이 잡초에 묻혀 있다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있겠어요.

고향산천 골짜기 마다 개울가 마다
제가 소복을 입고 외롭게
울고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아셨죠?
부모 형제 애타게 그리며
목 놓아 부르는 제 외침이
애잔한 향기로
바람결에 산천을 헤매는 까닭을
이제야 아셨죠?

고향은
외로운 마음의 안식처라고 하지만
흙먼지 속에 엎드려 울고 있는
저를 안아 주세요
전 지금 너무 외로워요.
부디 고향에 오시거든...

槿岩 / 유응교 교수 기자 desk@eforest.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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