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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적아소심

  • 유응교(柳應敎)교수 기자
  • 입력 2009.07.01 20:41
  • 조회수 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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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아소심(赤芽素心)

  근암/유응교

간밤에 술이 과해
단잠을 깨고 나서
바람쐬러 나간 김에
무심코 바라보니
그윽한 난향속에
꽃망울이 벙글었소

 지난해 이삿길에
함께 온 적아소심
꽃술은 수줍어서
고개숙여 부끄럽고
꽃잎은 붉은 반점
홍당무가 되었구료

양지녘 그늘주어
물뿌려 가꾼 일월
바람결에 살랑이며
예까지 말없더니
오늘은 살포시
미소를 머금었소.



새벽 청소원

근암/유응교
 
 비 바람속에 헤진
색바랜 주황색 점퍼
끈질긴 삶의 무게로
굽은 등을 하고
안개 자욱한
새벽을 향하여
아스팔트 위의
어둠을 쓸어 내고 있다.
 
어지러이 흩어진
플라타너스의 잎새들
증발된 녹색의 혼
좌절과 실의를
어둠속에 담아내며
 또 한해의 주검을 쓸어내고 있다.
 
번득이는 눈매와
교활한 수단으로
가난한 자의 땀을 빼앗는
혀꼬부라진 웃음소리와
고액 납세자의 명단이
활자로 웃고 있는
때묻은 일간지와
공허한 길바닥에
버려진 양담배의 긴 꽁초
아직도 남아 있는
 치부와 위선을 쓸어 내고 있다.
 
쏜살같은
노오란 빛살의 교차
비틀거리는 파열음속에
자기 속임과
허구의 발자욱이 무수한
포도위에서
깨어진 보도블럭
화염병 조각을 주워 올리며
폭력과 파괴
자유와 민주
사과하고 사죄하라
물러가라 물러가라가
남아있는 빈 거리에서
시위대의 함성을 쓸어내고 있다.
 
칼끝으로 서있는
바람속을 달리는
배달 소년의 발자욱 소리와
빈 소주병
국수 그릇을 치우며
어둠을 털고 일어서는
포장마차 노부부의 꿈이

조금은 남아있는 골목길에서

라면발을 주욱 들어 올리며
젓가락 사이로 웃어 주던 딸아이와
단칸방의 불을 지피고 있을 아내
세 식구의 구차한 삶을 위하여
오늘도 혼탁속에 도시의 부정을 쓸며
내일의 작은 소망으로
가난을 쓸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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