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토)

(특별기고) 창조적 산림보호와 산불예방

- 시인·대구문인협회 이사 권영시 -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4.01.28 00:20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과거 우리나라 산림은 매우 울창했다. 하지만 고려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산림은 외세에 의한 수탈과 약탈이 이어졌고, 내적으로는 8.15해방과 6.25를 겪으면서 혼란기를 틈탄 무질서에 의한 산림 파괴로 민둥산이 많아졌다.

  당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림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내무부 외청으로 산림청을 승격 발족했다. 산림청은 70년대 초에 치산녹화 l0년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두 차례 추진하면서 목표를 앞당겨 완수해 울창한 숲으로 변모시켰다.

  과거 산림이 목재와 연료공급 등 경제적 자원이었다면 치산녹화 10년 계획은 이를 겸한 푸른 강산 만들기에 중점을 두었다. 그게 지금은 국민휴식공간과 건강을 되찾는 치유의 숲 등 다양한 기능과 역할로 누구나 자유롭게 숲을 누린다.

  최근 세계적인 지구온난화로 가뭄·홍수·열대야·폭풍우·한파 같은 기상이변으로 산사태를 비롯한 산림 파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인위적인 산불이 자주 발생해 녹색성장을 저해하고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어서 실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산불발생 건수는 모두 1,050건으로 피해면적 또한 약 2,010ha에 달한다. 2012년부터 거슬러 올라가 2003년까지 10년 동안의 산불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43%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논밭두렁 소각 17%, 담뱃불 실화 9%, 쓰레기 소각 9%, 성묘객 실화 5%, 어린이 불장난 2%, 건축문화재 2%, 기타 13%였다. 이를 볼 때 기타와 건축문화재의 비화를 제외하더라도 85%가 사람에 의해 산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가끔 이런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차량을 운전하면서 불붙은 담배꽁초를 창밖에 예사로 버리는 행위나 길가면서 흡연하다가도 불붙은 꽁초를 버젓이 버리고 대수롭지 않게 그냥 걸어가는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속적인 홍보계도와 지도 단속에도 불구하고 단속의 눈을 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행위가 이어지면 결국 산에 가면 본인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버린다고 단정한다면 이를 누가 부정한단 말인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실제로 산에 가면 바위 언저리나 평평한 곳엔 엉덩이 붙여 쉬어갈 공간이 많이 있고, 거기에는 어김없이 제자리인양 아니면 흡연을 자랑이나 하듯 허옇게 버려진 담배꽁초 흔적이 너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심스럽고 불쾌감마저 감돈다.

  어쨌든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사실상 산불이 자주 일어난다. 갑오년 새해 벽두 처음 맞이하는 일요일도 그랬다. 대구의 팔공산 자락 왕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누군가 불씨를 다루었다는 얘기다. 그 옛날 울창한 원시림에서는 바람에 의해 나무끼리 부대끼다보면 마찰로 인하여 산불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오직 자연의 현상이었을 뿐 사람의 영향이 아니어서 지금은 아득히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산에서 불은 피운다면 조심해야 한다. 과거 농경시대는 산에서 불을 다루었다. 질그릇과 도자기 그리고 숯도 산에서 구웠고, 산에 불을 놓아 경작하던 화전도 있었다. 산중 다락논밭의 병충해는 논밭두렁을 태우는 재래식 방제했고, 땔감 채취로 입산이 자유로워 사실상 불씨 취급도 가능했던 게 농경시대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풍습도 생활양상도 전혀 다르고 시대적으로 맞지 않아 산에서는 불씨조차 다룰 수 없다. 그래서 조심에 앞서서 예방이 필요하다.

  1947년에 편찬된 우리나라 최초『조선말 큰 사전』은 그 머리말에서 말은 사람의 표상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라고 표현하였다. ‘조심’과 ‘예방’에 대한 사전적 풀이다. ‘조심’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 씀을 뜻하고, ‘예방’은 무슨 일이나 탈이 나기 전에 미리 막음을 뜻한다.

‘조심’이란 명사 앞에 ‘산불’ 붙인 합성어 생각해 봤다. ‘산불조심’은 산에서 불은 다루되 행동에 마음을 쓰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내용의 글귀 같다. 하지만 지금은 입산도 통제하고, 불씨 취급도 아예 금지하고 있다.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달리 보면 사실상 조심할 것도 없고, 당연히 ‘산불예방’으로 바꿔 써야 마땅한 게 필연이고 나의 주장이다.

  필자는 ‘산불조심’이란 홍보용어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고민해 봤다. 문경새재엔 ‘산불됴심’이란 한글고비(古碑)가 있다. 이를 보면 조선시대에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문경새재는 한양 길, 영남의 관문으로 선조들이 왕래한 길목이다. 휴식 중에 괴나리봇짐에 부싯돌로 불씨를 만들어 담뱃대에 불을 붙였을 것이다.

 재넘이 길은 산과 연접해서 불씨를 다루더라도 세심한 주의를 기우리라는 뜻, 그래서 ‘됴심’이란 글귀 붙여 ‘산불됴심’으로 썼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모든 관청에선 11월 1일부터 이듬해 5월31까지 아예 6개월을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법률적․행정적 용어도 죄다 ‘산불조심’으로 쓰고 있다. 산림청 발족이후 지난해 새로 시행한 산림보호법에서도 산불조심기간 문구를 쓰면서, 대부분 지방자치 단체 홍보용어 또한 과거와 마찬가지로 쓰고 있다.

필자는 공직에서 퇴직하기 전에 시대흐름에 맞춰 ‘산불조심’과 달리 일제히 ‘산불예방’이란 글귀로 바꿔서 매달아 봤다. 등산로에선 ‘산불예방’ 글귀를 어깨에 둘러 말(馬) 타고 기마 홍보도 했다. 등산로 입구 도로변에는 상가 개업 때 홍보하는 사람 모양의 허리 굽혀 팔 펄럭이며 춤추는 풍선에 ‘산불예방’ 글귀를 새겨 넣어 흔들게 했다.

운이 좋았을까, 하여튼 기록적으로 산불 없는 한해라는 선례를 남겼다. 물론 국민의식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처럼 실제로 인위적인 산불을 막으려면 조심이 아니라 예방이다. 그래서 법률적․행정적 용어 모두 ‘산불예방’으로 바꿔 쓰면 어떨까 싶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라면 과감하게 버리는 게 창조적 산림보호가 아닐까, 이제 곧 다가 올 봄철 또한 더욱 걱정스럽다.

  세계적인 명문대 미국 하버드대 라이샤워 교수는 “한글은 세계 어떤 나라의 문자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과학적인 표기체계이다.” 라 하였다. 우리가 물려받은 위대한 한글, 그 용어 하나 놓고 알맞게 표기하면 어떨까.

시인·대구문인협회 이사 권영시

- 대구광역시 서기관 퇴임
- 대한민국 신지식인(임업)
- 녹조근정훈장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특별기고) 창조적 산림보호와 산불예방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