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불과 토끼(免)’
산림인력개발원 박행모 교수
올해는 토끼의 해이다. 토끼와 관련된 고사성어 중에 교토삼굴(狡免三窟)이란 말이 있다. 토끼는 급할 때 여러 개의 굴을 가지고 있어 몸을 숨긴다는 말이다. 즉, 자기의 몸가짐을 지혜롭게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토끼는 집에서 기르기도 하지만, 원래는 산에서 사는 동물이다. 토끼가 산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헐벗은 산보다는 울창한 숲이 훨씬 낫다.
그런데, 해마다 4~5월에는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그로인해 토끼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숲이 파괴되곤 한다. 산불의 원인은 주로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 의해 실수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농사철에는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산불로 번지는 수도 있다. 지난번 안동에서는 70대 노인이 밭두렁에 있는 갈대를 태우다가 미처 화염을 피하지 못해 현장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 대형산불을 들추어 보더라도 대부분 4월에 발생했다. 2만 4천ha를 태운 동해안산불, 3천 ha를 태운 고성산불과 청양․예산산불 그리고 낙산사를 태운 양양산불이 그렇다. 물론 봄철에는 바람이 자주 불고 대기가 건조한 자연적인 조건도 산불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며칠 전 식목일에는 국민들이 산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런데 지난 10년을 비교해 볼 때 식목일을 전․후하여 산불이 가장 많이 일어났다. 즉, 어느 지역에서는 산이 울창하도록 열심히 나무를 심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산불이 발생하여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번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울산 봉대산의 불다람쥐를 잡은 뒤, 그간 산불을 낸 사연을 들어보니 아이러니컬하였다. 그것은 산불을 내고난 후 산불현장에 헬리콥터가 출동하는 장면과 산불을 끄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속에 있는 마음이 후련하다는 것이었다. 다시는 이런 사람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편, 산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공기를 청정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비가 오면 산속에 물을 저장하여 산림생태계에 유익한 기능을 한다. 산은 새로운 생명을 준다. 즉, 많은 병자들이 산을 오름으로써 건강을 회복함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현대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몹쓸 병도 낳게 한다는 것이다.
이토록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고마운 산에 대하여 돈으로 환산하여 보니 2008년 기준으로 73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총생산의 7%로써 국민 1인당 연간 약 151만원 상당의 혜택을 입는 액수이다.
이제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어, 전국 곳곳에서는 산불감시원 등이 요소요소에서 눈을 부릅뜨고 길목을 지키고 있다. 더불어 산을 오르는 사람은 누구나 전국토의 65%나 되는 울창한 산림을 화마(火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산림은 내가 책임진다’라는 자세로 다 같이 산불을 조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금년 토끼의 해에 산불이 최대한 나지 않게 함으로 해서, 토끼(免)가 산에서 맘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산림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우리 모두의 할일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