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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논ㆍ밭두렁 태우기, 생명을 위협한다.

서부지방산림청장 이 현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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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2.2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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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 들어서면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절기상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만물이 소생한다는 경칩이 코앞에 다가왔다. 벌써 농촌에서는 본격적인 영농 준비가 시작됐다.

들녘에서 논ㆍ밭두렁을 태우는 연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농사를 위해 묵은 고춧대 등 영농폐기물을 태우고 논ㆍ밭두렁에서 겨울을 넘긴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 오랜 관습으로 이어져온 논ㆍ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방제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거미와 노린재 등 천적들을 죽이게 돼 병해충이 더 확산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노인들이 논ㆍ밭두렁을 태우다가 산불로 번져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에만 광주, 전남 화순과 고흥에서 할머니가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불길이 인근 야산으로까지 옮겨 붙자 이를 끄려다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숨진 사고가 있었다.

  산림청 통계를 보면 논ㆍ밭두렁을 소각하다 산불로 번져 숨진 사고가 연평균 10명이 넘는데, 이중에 80%가 70대 이상 고령자로 밝혀졌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불길이 산으로 번지게 되면 당황해서 판단이 흐려지고, 또 젊은이보다 행동이 느리다보니 불길과 연기를 피하지 못해 화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논ㆍ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방제에는 효과가 없고, 산불로 이어져 산림을 태우는 것은 물론 소중한 목숨까지 앗아가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296건 중에 논ㆍ밭두렁과 농산폐기물 등의 소각으로 인한 산불이 전체의 45%에 달했다. 주로 3~4월에 많이 발생하는데 올해는 1~2월 강수량이 20㎜정도로 예년의 3분의 1에 불과해 산불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산림청은 소각에 의한 산불을 줄이기 위해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소각금지기간’으로 정해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소각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허가를 받지 않고 논ㆍ밭두렁을 태우다 적발되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산불로 번질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이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올해부터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 만들기’ 운동을 전개한다. 이장 등 마을 책임자를 중심으로 산림인접지역에서 불법 소각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 주민 모두가 동참, 실천하여 불법소각행위가 없고 산불방지에 크게 이바지한 마을을 선정해 ‘인증패’와 포상금을 지급한다. 계도와 단속, 처벌 위주에서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우리 마을 산불은 우리 스스로가 지킨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취지다.

  숲이 산불로 타버리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데 최소 50년이 걸린다. 산불은 숲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온갖 동식물과 땅속의 미생물까지 생태계를 완전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산불로 나무와 풀이 살아진 숲은 여름철 비가 오면 산사태 등 재해의 위험도 높아진다. 또 나무를 심고 가꾸어 본래의 숲으로 되돌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가?

  등산과 휴양, 힐링을 위해 숲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숲에서 건강을 찾고 행복을 누리는 사람 또한 부쩍 늘어났다. 이 모두가 피톤치드와 맑은 산소가 가득한 울창하고 건강한 숲이 있기 때문이다. 한 순간의 부주의로 돌이킬 수 없는 산불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산불방지에 동참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그 노력은 산림 안이나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불씨를 취급하지 않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귀중한 생명까지 앗아가는 논ㆍ밭두렁 태우기만 그만 두어도 산불은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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