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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웨딩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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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7.1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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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드레스


 
                       근암/유응교
 
 
석류알 보다
고운 순결을
하이얀

드레스에 간직하고
 
유리알 보다
맑은 마음을
하이얀

드레스에 드리우고
 
진주알 보다
진한 사랑을
하이얀

드레스에 물들이고

가녀린 어깨 위에서   

신비의 세계로 

설레임속에 앞으로 나아가는

하이얀 웨딩 드레스! 

 

사람들
 
                              근암/유응교


 이엉을 곱게 엮어 지붕에 올리고
사리대 잘게 엮어 토사벽 속에 넣고
백년을 하루같이 사는 사람들

 
청솔가지 지피어 온돌 덥히고
창호지 곱게 발라 바람을 피하며
한 몸으로 체온을 나누는 사람들

 
감나무 끝가지에 까치 울음 들으며
대숲사이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산너머 기쁜 소식 기다리는 사람들

 
치자꽃 어우러진 장독대에 촛불켜고
청자빛 하늘 떠다 부뚜막에 올려놓고
철성님전 빌면서 기도하는 사람들.
.





일요일 오후
 
 근암/유응교


아내는
밤을 주우러
친구네 선산으로 가고
 
아이는
사랑을 배우러
캠퍼스앞 커피숍으로 가고
 
나는
우정을 나누러
테니스 코트로 나가고
 
무언가를 찾아서
뿔뿔이 나가버린

일요일 오후

 

주름진 세월 너머

지는 해 바라보며
 장모님은
빈 아파트에 홀로 있네.

 

 

 

 




자 개 농


근암/유응교
 
 
하얀 천으로
자개농을 닦는다.
닦을 수록
투명히 빛나는 바다의 추억
저 깊은 바다속의 추억을 묻어 버리고
지금은 안방의 학이 되어 앉아 있다.
 
물속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지금은 소나무 가지아래
학이 되어 앉아 있다.
닦을 수록 빛나는 오색의 영롱한 아픔이여!
 
깊은 바다 숲의 숨은 얘기 들으며
모래 밭에 꿈을 키우던 너
어느 낯선 바닷가 소녀의 유혹에 이끌리어
오늘은 저리도 고운 자태로
한마리 학이 되어
하늘로 비상하는 꿈을 키우나
 
날 수 없는 꿈을 키우며
오롯이 슬프게 앉아 있는 너!

하얀 천으로 자개농을 닦는다.
이룰 수 없는 너의 꿈을 지운다.
닦을 수록 무산되는 너의 꿈이여!
 

금암 유응교 교수 기자 desk@eforest.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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