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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 기준에 갇힌 40년, 국산 목재 없는 '부끄러운' 목조건축 활성화

  • 김민중 기자
  • 입력 2026.05.18 17:35
  • 조회수 1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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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현대식 목조주택이 도입된 지 불과 수십 년 만에 목조건축은 탄소중립 시대의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나무는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건축물에 쓰이면서 그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탄소 통조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려한 '탄소중립' 구호 아래 가려진 대한민국 목조건축 산업의 민낯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목재 이용 연구에서 가장 확장성이 큰 건축 분야는 외면받고 있고, 시장은 여전히 외국산 자재와 기준에 사로잡혀 있다. 이대로라면 국산 목재를 이용한 목조건축의 미래는 없다.

우리의 목조건축 역사는 안타깝게도 '기술 종속'의 역사였다. 40여 년 전 미국과 캐나다의 임산물협회 등을 통해 도입된 목조주택은 시공 매뉴얼부터 설계 기법, 품질 기준, 심지어 유지 관리까지 철저히 북미 기준을 따랐다. 학계와 업계, 건축계 모두가 외국의 기준을 맹목적으로 답습하며 그들의 자재와 시공법에 맞춘 품질인증에 매달렸다. 

 

외국의 연구 상황과 공법을 소개하기에 바빴을 뿐, 우리 산림에서 나오는 나무를 어떻게 건축에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었다. 그 결과 외국 기준이 그대로 한국산업표준(KS)에 도입되었고, 이는 역설적으로 국산 목재 이용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국산 소경재(지름이 작은 나무)를 활용한 구조용 나사못이나 구조용 파티클보드(PB)를 개발한 것은 예상치 못한 큰 성과다. 하지만 정작 탄소중립 실천의 핵심인 대규모 건축물에 대한 원천 기술과 설계 분야에서 국산 자재는 여전히 '찬밥' 신세다. 영주, 홍릉 등에 매스팀버(Mass Timber)와 CLT(구조용 직교 적층재)를 이용한 상징적인 건물이 들어섰지만, 이는 전체 건축 물량의 0.1%에도 못 미치는 시도에 불과하다.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산 목재를 이용한 표준화된 목조주택 모델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수입 자재 수급 불안정과 가격 폭등으로 목조주택 시공 물량은 전성기의 반토막을 넘어 절단 나고 있다. 그럼에도 건축사와 업계는 여전히 수입 자재만을 선호하고, 학계는 국산 자재의 구조적 성능에 대해 의구심만 표한다. 


국내 여러 지역에서 국산 소경재를 이용한 파레트 생산은 성황을 이루는데, 정작 건축용 구조재(Stud)는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목재 산업의 서글픈 현실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낮은 파레트에는 국산 목재가 쓰이지만, 부가가치가 높고 탄소저장 효과가 큰 건축에는 외면받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제 말뿐인 '홍보'와 '인식 개선'은 멈춰야 한다. 당장 현장에서 쓰이는 경량목구조 규격재(2X4, 2X6 등)부터 국산 목재로 대체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산림조합중앙회 등에서 국산 낙엽송으로 구조적 강도가 뛰어난 규격재를 생산할 수 있음에도, 수입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우리 나무로 만든 자재를 우리가 쓰지 않으면서 어떻게 목조건축 산업의 미래를 논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산 건축 자재 생산 기술에 대한 연구를 넘어, 이를 실제 건축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건축 전문가를 연구기관에 대거 확충해야 한다. 또한,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서는 국산 자재와 수입 자재의 가격 차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원목 수입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목재 산업 발전을 위한 별도의 재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외국 기준에 취해 국산 목재를 버린다면 대한민국 목조건축은 산업도, 미래도 없는 허울뿐인 구호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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