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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내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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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2.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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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은 추운 겨울 동안 무엇을 하며 내년 봄을 기다릴까?

그들의 전략도 우리 인간들처럼 만만치 않다. 준비하지 않으면 내년이란 없는 것이다. 일찌감치 준비를 한다. 어떤 종류의 식물들은 꽃이 지면서 바로 내년의 화아분화(꽃눈)를 몇 개를 만들 것인지를 정하는 식물들도 있으며, 몇 개월 뒤에 이루어지는 식물도 있으니 얼마나 계획적인 삶인가? 그냥 대충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청가시덩굴새싹

  여름 이후부터 생장을 멈추며 서서히 다이어트에 들어간다. 우리들이 보기에 잎 넓은 활엽수들만 낙엽을 만들어 떨어트리고 겨울을 나는 것 같지만 침엽수들 또는 그 노력이 대단하다.

옛날부터 불쏘시개로 썼던 갈비(소나무 낙엽)는 침엽수지만 가을이 되면 3분의 1정도만 남기고 잎을 떨어뜨려 버린다. 사철 푸른 나무들도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혹한의  겨울을 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광합성 작용도, 뿌리의 삼투압 작용도 거의 하지 않지만 여름 동안 만들어 저장해 놓았던 탄수화물을 고농축화 시켜 연명을 하는 것이며 얼어 죽지 않고 겨울을 버티는 것이다. 

  모든 만물이 죽은 듯 보이지만 사실 식물들의 내면은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며 내년을 위하여 준비하고 에너지를 응축시키고 꽃눈을 만들고 잎눈을 만들고 햇빛 경쟁에서 이겨 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나무들은 자동으로 가지 정리를 한다. 우리들이 말 하는 전지, 전정이라는 것을 자기네들 끼리 하는 것이다. 햇빛을 좋아하는 나무 즉 양수의 경우 일단 햇빛을 적게 받거나 다른 나무에 가려지는 가지부터 정리에 들어간다. 

  나무가 어떻게 전지를 할까 너무도 궁금한 일이다. 일단 물과 양분을 서서히 조절하면서 에너지를 보내지 않으므로 가지를 말라 죽게 하여 겨울날 강한 바람이나 눈의 무게를 이용하여 천연 전지를 하는 것이다.

  죽은 듯이 서 있는 나무들은 겨울철에도 결국 쉬는 것이 아니라 내년을 위하여 여러 종류의 일들을 차근차근 해내고 있는 것이다.

겨울 꽃눈과 잎눈들은 나무 종류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며 겨울을 나는 방법 또한 각양각색이다. 어떤 종들은 광택이 나는 액체로 코팅을 하여 겨울의 눈보라를 이겨내는 종도 있으며, 어떤 종은 비늘을 겹겹으로 둘러싸고 있으며, 어떤 종들은 아주 보드라운 비단결 같은 솜털로 둘러싸고 있으며, 딱딱한 껍질을 형성하여 보호하는 종들도 있다.

  겨울 눈 뿐만 아니라 중요한 유전자와 정보를 담고 있는 종자들 또한 겨울은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다. 종의 특성에 따라 무겁고 굵은 종류는 중력 살포 방식을 이용하여 땅 바닥에 떨어지면서 굴러 가거나 다른 매체에 의하여 이동되거나 야생동물들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속새

  바람을 이용하는 종자들은 보다 멀리 날아가기 위하여 깃털을 만들거나 날개를 달거나 바람개비 모양의 얇은 막을 만들어 바람 이용한다. 종족을 보다 멀리 많이 번식시키려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콩과 종류의 식물들은 꼬투리를 만들어 완전히 익은 뒤 건조가 되면 탄력을 이용하여 터트리면서 씨앗을 멀리 튀게 하는 전략을 쓴다. 어떤 종은 갈고리를 만들어 사람의 옷이나 짐승들의 털에 달라붙어서 아주 멀리 까지 종의 번식을 유도하는 종도 있다.  또 어떤 종들은 맛있는 과육을 만들어 새들을 유혹하는 전략을 펼친다. 먹이를 따 먹은 새들은 과육만 소화를 시키고 나머지 딱딱한 씨앗은 그대로 배설을 하게 된다.

 그런 식물의 씨앗들은 철새들에 의하여 머나먼 외국 까지도 종의 번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딱딱한 씨앗들은 들판에서 산에서 겨울을 잘 보내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휴면을 타파하고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식물들에 있어 겨울은 미래를 꿈꾸는 인내의 계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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