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림이 신음하고 있다. 국토의 63%가 산림이라지만, 실상은 ‘외화내빈(外華內貧)’의 극치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으로서 산림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목재 산업 생태계는 근본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임업계 모두가 이 거대한 모순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탄소중립’과 ‘목재주권’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목재 시장을 지배하는 논리는 ‘무관세 정책’이다. 저가 수입 목재가 활개를 치는 사이, 국산 목재의 설 자리는 사라졌다. 쌀 한 톨을 지키기 위해 530%라는 고율 관세를 불사하는 나라가, 왜 목재에 대해서는 0%라는 무장해제 상태를 유지하는가. 목재는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다. 식량만큼이나 중요한 국가 전략 자원이자,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탄소저장고다. 이 기본적인 가치 인식의 부재가 지금의 참담한 현실을 만들었다.
악순환의 늪에 빠진 산림 현장
현장은 총체적 난국이다. 정부는 목재가공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무관세의 빗장을 풀지 못하고 엉거주춤해 있다. 그 사이 칩, 펠릿업체 등 미이용 목재나 국산 목재를 이용하는 일부 업계는 가격경쟁력 상실을 이유로 국산 목재 활성화 정책에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산주와 원목생산자들이 벌채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써 키운 나무가 고작 칩이나 연료용 저가로 공급되니 마진이 남지 않는다. 수익이 없으니 산주들은 산림 경영에 무관심해지고, 원목생산자들은 산주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 벌채 면적은 계속 줄어든다.
이는 곧바로 산림 갱신의 중단으로 이어진다. 벌채가 없으니 새로운 나무를 심을 면적(조림지) 자체가 확보되지 않는다. 양묘장에서 자라는 묘목들이 갈 곳을 잃는 구조다. ‘심고, 가꾸고, 수확하여, 이용하는’ 산림의 선순환 구조가 ‘수확’ 단계에서 꽉 막혀버린 것이다.
허울뿐인 탄소중립과 무너진 목재주권
이 모순의 극치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서 드러난다. 정부는 목조건축 활성화를 외치지만, 정작 그 건물을 짓는 목재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국산 목재로 비축물자를 수급하려 해도 국내에 국산 원목을 전문으로 가공하는 합판 공장이 단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수입재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이 황당하고 우스운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는 목재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산림청의 정책은 또 어떤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명분과 임업인들의 현실적 어려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계 현대화 사업 등 현장 지원책은 가뭄에 콩 나듯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3조 원에도 못 미치는 현 산림 예산으로는 산림 예산으로 수종 갱신, 조림, 육림, 임도 인프라 구축이라는 방대한 과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근본 구조를 바꿔야 답이 보인다
이제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나아가 대통령실과 국회는 산림 정책의 근본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첫째,목재 관세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쌀처럼 530%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0% 수준의 관세만 도입해도 국내 목재 산업은 숨통이 트일 것이다. 이는 보호무역이 아니라, 무너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조치다. 관세 수입은 다시 산림 예산으로 환원하여 임업 인프라에 투자하면 된다.
둘째,산림을 거시적 경제 구조로 바라봐야 한다. 산불과 산사태 등 자연재해 역시 체계적인 육림과 벌채, 그리고 촘촘한 임도망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방치된 산림은 재해에 취약하다. 산림 경영을 활성화하는 것이 곧 국토를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다.
셋째,탄소중립 투자 비용으로서 목재 이용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목재는 현존하는 탄소 저감 기술 중 가장 비용 효율적이다. 다른 산업 부문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보다, 국산 목재 이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탄소중립 달성 방안이다.
산림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방치하고 수입재에만 의존한다면, 우리 산림은 늙고 병들어 더 이상 탄소를 흡수하지 못하는 짐이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눈치보기와 임기응변식 처방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목재 관세 도입과 예산 획기적 증액을 통한 근본적인 구조 개혁만이 대한민국 산림을 살리고, 목재주권을 찾으며, 진정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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