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곳곳에서 맹렬한 산불이 번지며 우리의 산하를 위협하고 있다.
전임 산림청장이 음주운전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직권면직된 바로 그날에도 전국적으로 무려 1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 산림당국은 전시 상태에 버금가는 비상 체제를 가동하며, 직무대행을 필두로 전 직원이 화재 현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말 그대로 국가적 산림 재난 상황이자 리더십의 최대 위기다.
이토록 위중한 시기에 차기 산림청장으로 모 교수가 내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임업인들의 우려와 분노가 들끓고 있다.
급기야 현장을 지키는 임업인들 사이에서 강력한 반대 성명서까지 등장했다.
밤낮없이 불길과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들려온 이 '낙하산 인사' 소식은 현장의 사기를 여지없이 꺾어놓는 무모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산림 현장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정치인이나 교수 출신이 수장으로 부임했을 때, 대한민국의 산림 정책이 성공한 적이 과연 있었는가.
현장의 실무와 철저히 동떨어진 탁상행정을 펼치거나, 때로는 극단적인 환경론자들의 논리에 휩쓸려 수십 년간 가꿔온 산림 자원 관리의 근간을 흔들고
오히려 숲을 방치하게 만든 뼈아픈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산림은 책상머리에서 배운 이론을 실험하는 도화지가 아니다.
지금 산림청에는 수십 년간 산림 정책을 입안하고 험난한 산림 사업의 실무를 몸으로 익히며 훈련된 인재들이 즐비하다.
평생을 바쳐 묵묵히 대한민국의 산림을 관리해 온 숙달된 내부 승진 대상자들이 있으며, 과거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륜 있는 차장 출신 전문가들도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다.
초유의 재난 상황일수록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현장 중심의 방재 대책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베테랑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 상식이다.
산림을 모르는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온다면, 업무 파악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임업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정부는 "산림을 가장 잘 아는 현장 전문가를 수장으로 보내달라"는 임업인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로 임명될 산림청장은 산불이라는 국가적 재난과 기후 위기 속에서 산림을 지켜낼 수 있는 '정통 산림 전문가'여야만 한다.
위기를 돌파하고 현장을 보듬을 적임자가 과연 누구인지, 인사권자의 상식적이고 현명한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BEST 뉴스
-
[사설] 외국 기준에 갇힌 40년, 국산 목재 없는 '부끄러운' 목조건축 활성화
국내에 현대식 목조주택이 도입된 지 불과 수십 년 만에 목조건축은 탄소중립 시대의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나무는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건축물에 쓰이면서 그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탄소 통조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려한 '탄소중립' 구호 아래 가려진 대한민... -
[사설] 쌀 관세 530% 대 목재 0%, ‘목재주권’ 포기한 우스운 탄소중립
대한민국 산림이 신음하고 있다. 국토의 63%가 산림이라지만, 실상은 ‘외화내빈(外華內貧)’의 극치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으로서 산림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목재 산업 생태계는 근본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임업계 모두가 이 거대한 모순의 악순... -
[사설]산림에 방치된 수만 헥타르의 자원, ‘국산 목재 주권’ 실현의 기회로 삼아야
어렵게 가꾼 우리 산림의 나무를 베어내고도 정작 산 아래로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통계로 여실히 드러났다. 2024년 기준 전국 입목벌채 허가실적에 따르면, 총 벌채면적 80,654ha 중 실제 산물 수집이 이루어진 면적은 54,219ha에 그쳤다. 벌채된 면적의 약 30% 이... -
[기고]【기고문】 푸른 숲의 생명력은 투명한 뿌리에서 나온다.
초여름의 길목에 들어선 요즘, 전국의 국유림은 온통 싱그러운 녹음으로 가득 차 있다. 산과 들을 짙게 물들인 푸른 숲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거대한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산림청 영덕국유림관리소의 임무 역시 이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