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자 충실률·발아율 연계한 구상나무 종자 품질 표준 지표 구축 추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김형은)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공동으로 한라산 구상나무의 개화·결실 특성과 종자 건전성을 조사한 결과, 열매가 많이 열리는 해일수록 종자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한라산 성판악, 윗세오름, 영실, 방애오름 등 10개 조사구에 자생하는 구상나무 성숙목 100그루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연도별 개화·결실량과 함께 종자 충실률을 엑스레이(X-ray) 분석을 통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구상나무는 3년 주기로 결실량이 크게 변하는 해거리 현상을 보였다. 2022년과 2025년에는 대량 결실이 나타난 반면, 2023년과 2024년, 2026년에는 결실량이 전년의 약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결실량과 종자 품질을 함께 분석한 결과, 열매가 많이 열린 해에는 종자 충실률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대풍해에는 종자 충실률이 30~40%대로 하락해 겉으로는 풍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가 형성되지 않은 빈 종자의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윗세오름 지역의 경우 결실량이 적었던 2024년 종자 충실률이 58.76%였으나, 대량 결실이 이뤄진 2025년에는 29.97%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를 과도한 결실로 인해 양분이 분산되면서 종자 품질이 저하되는 ‘자원 희석 효과(Resource Dilution Effect)’로 분석했다.
종자 건전성은 해발고도와 입지 조건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성판악과 왕관릉, 방애오름 등 해발 1,600m대 지역은 높은 개화량에도 50~60% 이상의 충실률을 유지해 핵심 종자 공급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실, 큰두레왓, 성판악 최상부 등 일부 지역은 충실률이 20~30%대에 머물러 자연 갱신 능력이 저하된 쇠퇴 지역으로 분석됐다.
세계유산본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종자 채취 전략을 이원화하고, 대풍해에는 유전자원 확보를 위한 대량 채취를, 평년과 흉해에는 고품질 종자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등 연구기관과 협력해 종자 충실률과 실제 발아율, 정착률을 연계한 ‘한라산 구상나무 종자 품질 표준 지표’를 구축할 방침이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열매의 양뿐 아니라 씨앗 내부의 건전성까지 과학적으로 분석해 구상나무의 세대 지속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며 “발아와 어린나무 정착 과정까지 장기적으로 분석해 한라산 아고산대 침엽수림 보전을 위한 과학적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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