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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임하댐 추락 헬기 실종자 주검으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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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5.1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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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영덕에서 산불진화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안동 임하댐에 추락한 산림청 헬기 조종사 2명이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추락한 헬기 S-64E의 동체도 인양됐다.

산림청,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을 비롯한 해군해난구조대(SSU), 경북도소방본부, 중앙119구조대 등은 12일 낮 12시30분쯤 추락한 뒤 실종된 진용기 부기장(47)의 시신을 임하댐에서 발견했다.

하루 앞서 11일 오후 5시30분쯤 박동희 기장(57)의 시신도 인양했다. 이들의 시신은 안동 유리한방병원에 안치됐다.

진 부기장의 시신은 헬기가 추락한 지점으로부터 육지 방향으로 50여m가량 떨어진 수심 18m에서 수중카메라를 이용해 발견했다. 전날 박동희 기장(57)의 시신이 발견된 곳과는 4m가량 떨어진 곳이다.

실종자 수색에 나선 엄정중·이원익 경북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대원은 “그동안 호수에 나뭇가지 등 부유물이 많아 수색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시야 확보가 수월해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시신이 모두 발견됨에 따라 사고현장대책본부는 장례 등 수습대책 협의에 착수했다. 김용하 산림청 사고현장대책본부장은 “장례는 유가족 대표와 협의를 해야 하지만 산림청장장으로 엄숙히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안함을 수색했던 해군해난구조대 등은 이날 오전 임하댐 수심 30여m 지점에 가라앉은 사고 헬기의 동체를 수심 4m까지 부양시킨 뒤, 임하댐 선착장 부근으로 옮겨 450t 규모의 대형크레인을 이용해 헬기 동체를 물 밖으로 꺼냈다.

박정권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팀장은 “인양된 동체는 분리작업을 실시해 항공·철도조사위원회 김포 잔해보관소로 옮겨 조종실 음성녹음장치를 분석하는 등 사고원인 규명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37년 동안 헬기와 동고동락한 베테랑, 퇴직 한달 남짓 남겨두고 결국 헬기와…

지난 9일 오전 발생한 경북 안동시 임하호(臨河湖) 헬기 추락사고로 실종된 두 조종사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박동희 기장은 다음 달 말 퇴직할 계획이었다. 37년 동안 조종해 왔던 헬기들과 이별을 한 달 남짓 남겨 두고 결국 헬기와 함께 생을 마감한 것이다. 동료들은 "몇 년 전부터 충남 공주에 밭을 마련해 놓고 귀농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정년이 2년 정도 남았는데도 최근 들어 '6월 말이면 헬기에서 내려와(퇴직하고) 밤 농사를 지으러 갈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박 기장은 사고가 난 초대형 헬기 'S-64E 에어크레인' 기종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가장 잘 다룬 베테랑이었다. 2001년 국내로 도입할 때 대표로 뽑혀 미국 에릭슨사(社)에 직접 가서 교육을 받았고, 이후 현재까지 대부분 이 헬기만 탔다. 자신의 전체 항공운항 시간(8645시간) 중 852시간을 이 헬기와 함께 했다. 강릉에 근무할 때인 2005년 4월엔 강원도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남측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난 불을 진화하기 위해 분단 이후 처음으로 DMZ 산불진화 작업에 투입됐고, 같은 해 양양 낙산사 화재 현장에서도 맹활약했다.

박 기장은 1976년 육군 항공부대에서 헬기 조종을 시작했다. 1996년 소령으로 예편해 산림청 근무 경력 17년까지 합쳐 헬기 조종 경력만 37년째다. 산림청이 운용하는 모든 헬기 기종을 다룰 수 있는 자격을 가졌고, 산림청 소속 헬기 조종사 중 최고참이었다. 후배 배택훈(56·산림항공본부) 기장은 "후배들에게 늘 '사람을 구하는 조종사가 되라'고 가르치고, 안전을 강조하던 분이었다"고 했다. 영암산림항공관리소 김창민(55) 기장은 "GPS 시스템이 없던 예전부터 산악 지형과 바람 방향 등 상황 판단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조종사였다. 부기장으로 함께 타면 쉬지 않고 조종 기술을 가르쳐주던 열정적인 선배였다"고 말했다.

임무가 없을 때는 가정적인 가장이었다. 작은아들(29)이 공무원(원주시) 시험에 합격해 재난 담당 업무를 맡았을 때 "아버지 팔자를 닮았나 보다"며 흐뭇해했고, 학원 운영을 하는 큰아들(33)이 낳은 손자(5) 사진을 승용차에 붙여놓고 다니며 자랑하곤 했다. 동료 김용민(안동산림항공관리소) 기장은 "'사람들 구하느라 평생을 바쳤으니 퇴직 후엔 그동안 소홀했던 아내(58)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곤 했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진용기(47) 부기장은 2010년 11월 해병대 소령으로 전역해 산림청에 입사했다. 입사 직후 기종 전환 교육을 받아 사고 헬기 기종을 맡았다. 해병대 출신답게 늘 씩씩하고 적극적이었다는 게 동료들 평이다. 유족으로는 부인(45)과 대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인 두 딸이 있다.

헬기 추락사고 구조활동 중 순직 (故)박근배 소방위 영결식 거행

경북 영주소방서에서 지난 9일 오전 10시 35분께 안동시 임하면 천진리 임하댐 내수면 산림청 헬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구조활동 중 순직한 영주소방서 소속 (故)박근배(42) 소방위의 영결식이 11일 거행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영주소방서에서 소방서장(葬)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비통에 찬 가족들과 동료들, 관계자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장윤석 국회의원, 주낙영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강철수 경상북도 소방본부장, 김주영 영주시장, 도의원, 시의원, 의용소방대원, 소방행정자문단, 동료 소방관 등 5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권무현 장례위원장은 조사에서 "고인은 항상 남을 위해 희생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동료를 사랑했기에, 고인의 빈자리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통곡으로 쓸쓸함과 슬픔만이 남아 있다"고 애도했다.

동료인 이우영 소방위는 추도사를 통해 "현장에서 쓰러지시면서도 당신의 일신보다는 오직 생명의 고귀함을 먼저 걱정하시던 자랑스런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당신의 삶을 뒤로한 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고군분투하신 당신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소방위는 이어 "당신이 남기신 숭고한 살신성인과 희생봉사정신을 받들어 영원히 가슴속에 새기며 진정 국민들을 위해 봉사와 책임을 다하는 결코 부끄럽지 않은 소방인으로서의 삶을 살겠다"라며 고인을 떠나보냈다.

조사와 추도사, 헌화가 이어지는 동안 가족들은 오열했고, 이를 지켜보던, 동료 소방관들 역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영결식에서 주낙영 경상북도 행정부지사가 (故) 박근배 소방위에게 1계급 특진을,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은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영결식을 마치고 고인의 영현이 영주시립화장장으로 운구됐고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의 유해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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