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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건조해지는 대기와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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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12.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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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8일 남부지방도 지리산 첫눈을 시작으로 어느새 겨울의 품안에 들어갔다는 것을 주변에서 금방 느낄 수 있게 됐다. 

겨울철로 접어들면 우리나라는 차갑고 건조(乾燥)한 성질을 가진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습도가 낮아지는데다가 불씨를 자주 사용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다 보니 산불이나 각종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건사고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배운 바대로, 화재는 습도가 낮을수록, 즉 건조할수록 발화가 쉽게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겨울철은 대기 중 습도가 30~40%에 불과해 매우 건조하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일단 화재가 났다 하면 확산이 빨리 되는 계절이다. 

산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산불은 봄철에 절반 이상이 발생하며, 약 28%가 겨울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의 경우(12월초 기준) 280건의 산불로 548.42ha의 면적이 소실됐다. 그 중 울산이 14건, 총면적 320ha로 발생건수는 적으나 전국에서 가장 넓은 산불피해면적이 나타났다. 동해안에 인접한 산간지역이 있는 울산은 겨울철 강한 바람이 자주 불고, 내륙에 비해 빠르게 건조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산림청이 꼽은 최대 산불 발생지역이 고성, 양양, 삼척, 청양 등 강원영동지방과 충청내륙인 점을 감안하면 부산ㆍ울산ㆍ경남지역에서 금년도 발생한 산불 피해면적이 가장 컸던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지만, 산불은 지역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이 기간에 창원을 포함한 경남지역의 경우 33건, 총면적 25ha의 산불피해를 입었는데, 이는 발생건수로만 보면 전국 3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경남지역은 광역시도 중 매년 산불 평균발생건수가 40건 내외로 전국 3, 4위권에 랭크돼 있어 산불에 있어서는 부끄러운 통계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가 4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논ㆍ밭두렁 소각이 17%로 그 다음을 차지한다. 대부분 선진국의 대형 산불이 자연발생적이거나 다른 인위적인 부주의에 의해 발생된 것인데 비해, 우리나라 산불은 개인의 단순 과실에 의한 다소 후진국적 원인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2000년대 들어 동해안에서 발생한 여러 차례의 산불 중 일부는 군 탄약고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고, 영동지방 봄철 강풍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이동하다가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가까스로 멈춰 대형 참사를 면하기도 했으며, 양양 낙산사 문화재를 한줌 재로 만드는 등 2차 피해를 유발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제 산불은 국지적 재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기상청과 함께 기상조건(온도, 습도, 풍속 등)과 지형(해발고도, 방위), 숲의 상태(침엽수, 활엽수 등) 등을 종합 분석하여 4단계의 위험등급으로 나눠 산불위험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상청은 산불 등 각종 화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전에 대기의 건조 정도에 따라 건조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건조특보 중 실효습도 35% 이하의 상태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는 `건조주의보`를, 실효습도 25% 이하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는 `건조경보`를 발표한다.  

실효습도는 목재 등의 건조도를 나타내기 위해 수일 전부터 대기 중의 상대습도를 이용해 경과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 산출한 지수를 말한다. 겨울철 실효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산불이 나면 기상상태, 특히 바람(풍향, 풍속)에 의해 산불이 이동되므로 기상청은 산림청이나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산불의 확산을 막는데 필요한 기상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아무리 애써 가꾼 산림이라도 산불이 나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면, 40년에서 많게는 100년이란 긴 세월동안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야만 원상복귀가 된다고 한다. 우리 모두의 조그마한 관심이 큰 국가적ㆍ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나은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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