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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무에 얽힌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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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1.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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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자연휴양림 숲해설가 남 수 자

나무 이야기 중에는 우리들이 흔하게 들어온 오동나무가 있다. 딸을 낳으면 집 주변에 오동나무를 심어 그 딸이 장성하여 시집을 갈 때 그 나무를 베어 장롱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는 봉황을 기다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딸이 태어남과 동시 좋은 사윗감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오동나무와 함께 부모님의 희망을 심은 것이다.

  인간의 탄생과 그 자식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과 희망과 의지가 담겨 있는 일종의 믿음이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내 나무 갖기 운동과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아들이 태어났을 때는 선산에다 나무를 심었다. 그 아들이 수명을 다하고 죽으면 그 자손들은 그 나무를 베어다 관을 짰다고 한다. 

  아이들이 앓거나 불행해지면 그 나무에 가서 빌었고 본인이 급제하면 그 나무에 가서 감사를 드렸다고 한다.
  옛날 정월 보름 때가 되면 과일 나무를 시집보낸다고 하며 줄기 사이에 커다란 돌멩이를 끼워 놓았다. 특히 대추나무는 이렇게 하면 대추가 많이 달리고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식물생리학 적으로 볼 때 나무줄기나, 잎 속에 탄소 함유량이 많고, 질소량이 비교적 적을 때 열매를 많이 맺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그 옛날부터 알게 된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일 것이다. 

   산야에 자생하는 밤나무, 돌배나무, 가래나무 등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달리는 나무는 이런 방법을 응용하여 제철 과일을 풍부히 얻었음을 알 수 있다. 

  옛날부터 도토리는 우리 조상들의 구황 식품이었다. 탄닌이 많이 함유되어 떫은맛을 내지만 그것을 주워다가 말리고 껍질을 벗기고 가루를 내어 찬물에다 여러 번 우려 낸 다음 배 고품을 달래는 죽이나, 묵이나, 전을 부쳐 먹었다.
  이러한 사연 많은 도토리는 한 종류가 아니라 참나무과의 여섯 종류의 나무에서 제 각기 다른 모양으로 열리는 종자를 통 틀어서 도토리라고 한다. 참나무 이야기 또한 여러 가지로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흔히 들어온 말 중에 흉년이 들면 도토리가 풍년이라는 말이 있다. 언뜻 듣기에는 먹을거리가 없으니 도토리가 일조를 하는구나 싶지만, 따지고 보면 봄 가뭄이 들어 벼농사가 기진맥진 할 때 참 나무들은 화창한 봄날을 이용하여 암수 꽃가루 수정에 100% 성공하므로 도토리 풍년이 드는 것이다.

  농부들은 하늘이 야속할 따름이지만 그래도 도토리의 풍년에 마음을 달래며 내년의 풍년을 기원했던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멧돼지와 다람쥐, 청설모 같은 야생동물 들도 도토리의 풍년에 양식 걱정을 더는 것이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는 꽃이 핀 해에 열매가 성숙하지만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2년에 걸쳐 열매가 성숙하기 때문에 해걸이를 하는 나무이다.

보통 사람들은 한해에 열매를 많이 맺으면 그 다음 해에는 적게 열린다고 생각한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가 많이 분포하는 지역의 사람들은 도토리는 당연히 해걸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가 많이 분포하는 지역의 사람들은 도토리가 해마다 열린다고 알고 있다. 모두가 맞는 말이며 참나무 종류가 많다 보니 이런 말 저런 말이 생겨난 것이다. 

  식물의 세계도 알고 보면 복잡 다양하며 비슷한 것끼리도 생리 현상은 전혀 다른 것들도 많이 있다.
  옛날 참나무의 용도는 목재, 고급 연료로 각광받았고 나무가 단단하여 각종 농기구나 생활 용품을 만들었으며 지금도 참숯 가마를 만들어 옛날의 정취를 재현하는 곳도 있다. 참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를 액화시켜 만든 것이 목초액으로 각종 무공해 비료, 농약,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참나무의 추출 성분인 폴리페놀의 타닌질은 양주의 숙성 과정에서 색과 맛을 바꾸어 놓는 신비스러운 마법을 발휘하기도 한다.

  참나무란 이름은 용도가 많아서 아주 유용한 나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한자로는 '진짜 나무'라는 의미로 진목(眞木)이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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